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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법] 물리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by _thoth_ 202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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썡뚱맞게 웬 물리 경시대회냐?

필자의 전공(물리)이자 과거의 경험이 있었고,

나름 노하우라고 할만한 게 있어서 더 늙기 전에 남겨 놓고자.

몇 글자 끄적거려 봅니다.

 

한국 물리 올림피아드(KPhO) 홈페이지가 최근에 바뀌었습니다.

 

Physics Olympiad

 

newkpho.kps.or.kr

 

덕분에 자료실은 아직 채워지지 않음(23년 6월 현재)

기출문제를 봐야 할 텐데.. 언젠가 올려주겠죠.

(찾아보면 연도별로 찾을 수는 있는데 모아놓은 페이지는 못 찾았습니다.)

 


 

2019학년도 "중학생" 물리 기출문제를 보겠습니다.

 

 

수준이 상당합니다.

 

이게 어느 수준이었냐면,

 

문제 마지막에 보이시나요? 1990년도 과학기술대(KAIST) 입학시험 문제입니다.

 

하나 더 볼까요?

 

1994년도 포항공대 입학시험 문제.

 

 

사실 저 문제들은 제가 문제를 풀던 90년대 말에도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재에 나오는 문제였죠.

 

최근에 중학교 교재를 본 적이 없어서 확인은 못해봤지만,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올림피아드 문제에 저런 걸 내면...

 

뭐 어차피 중학교 때부터 이걸 공부하는 아이들의 숫자는 극소수일 겁니다.

2019+물리올림피아드+답지.pdf
0.02MB
2019+물리올림피아드+문제지.pdf
2.23MB

 

대충 훑어보면, 알아야 하는 것이 학부 1학년 수준입니다. 

중학생이 이 정도 수준이면 고등학생은.....흠~

 

뭐 어차피 훈장질하려고 쓴 글이니 수준에 상관없이 적어보겠습니다.

 

 

 


물리 공부는 자신의 뇌를 물리 시뮬레이션 머신으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위에 문제들만 봐도 어떤 상황을 주고, 운동을 기술하고 분석 또는 예측을 하라고 합니다.

 

물리 법칙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현재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고,

다음 스텝이 어떻게 되는지 예상이 됩니다.

상황 속에 존재하는 힘이나 에너지 관계가 자연스럽게 펼쳐집니다.

 

그래서 법칙을 잘 이해하려면?

 

 

 

애초에 이 글의 대상은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물리를 전공하는 사람은 아니죠.(저는 둘 다 하긴 했습니다)

 

물리 공부는 일단 수학이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도 닭, 달걀 문제랑 결이 비슷한데요.

물리 학부생 이상 전공자들에게 물어보면 가끔 수학은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기 위에 중학교 문제에서도 벡터가 나옵니다.

(벡터를 받아들이는 것이 쉬웠나 기억해 보세요)

올림피아드 문제에는 풀이에서 행렬을 사용해서 푸는 것도 나옵니다

사실 뉴턴 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미적분을 알아야 이해가 되죠?

 

 

저는 물리를 고등학교 2학년 여름부터 시작했습니다.

지금 기준이나 그때 기준이나 매우 늦게 시작했었죠.

그런데 나름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 수학을 미리 공부해 뒀습니다.

고등학교 수학을 입학 전에 미리 한번 봐뒀는데, 굉장히 시간을 벌 수 있었습니다.

뭐 미리 봤다고 잘한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모의고사 80점 만점에 70점대는 받았음.

 

아쉬웠던 것은 수학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법을 좀 배웠더라면 좀 더 물리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수학 자체만으로도 큰 산이었는데, 실력을 떠나서 심리적으로 수학에 쫄지 않게 누군가 저에게 훈수라도 뒀다면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지금 하는 생각이 아니라 공부하는 내내 했던 생각입니다)

 

번외로 지금의 chatGPT가 그 시절에 있었으면 꽤나 좋았을 듯하네요

 

 

아무튼

 

수학은 기본으로 공부해놔야 합니다.

고등학교 과정은 기본 + 미적분학 + 선형대수

대학교재라고 쫄 것도, 우쭐할 것도 없습니다.

영어만 받쳐주면 일반 고등학교 교재보다 더 쉬운 게 학부 기본서입니다.

물론 수학을 잘하려고 하는 공부가 아닙니다.

저는 물리 공부를 위한 수학 공부를 말하고 있습니다.

 

교재는 무식하게 두꺼운 것 필요 없습니다.

(대학교재가 무식하게 두껍긴 합니다)

적당히 필요한 부분만 간단히 읽어보고 연습문제 몇 개 끄적거려 주면 됩니다.

 

 

 

자 다시 물리로 돌아와서.

 

제 공부법은 조금은 무식한 방법입니다.

참고로 독학입니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고, 철저히 혼자 공부했습니다.

학교 물리 쌤한테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 ㅅㅂ

 

 

1. 이론 공부

교재 : HighTop, Fundamentals of physics(물리학 총론), 재미있는 물리여행

 

한 4개월 정도를 일반물리학 책을 요약 정리 했습니다.(2학년 2학기 중간고사 전까지)

하이탑으로 간단히 내용을 훑고, 해당되는 내용의 일반물리 내용을 정리했죠.

그리고 재미 삼아 퀴즈형태로 되어 있는 물리책을 읽었습니다.(재미있는 물리여행)

 

뭣이 중헌지, 암것도 모르고 그냥 주야장천 열공했습니다.(중요한 포인트를 알았으면 시간단축각)

 

 

 

2. 문제풀이

교재 : 시중에 나와있는 모든 물리문제집, 올림피아드 기출문제

 

그때 당시 시중에 잘 나가는 문제집 회사가 열 손가락에 꼽았는데, 

그 중에 물리 교재는 더 적었죠, 그래서 몇십 권 정도 되는 물리 문제집을 다 사서 풀었습니다.

일반 고등학생을 위한 문제집을 다 풀고, 본고사 시절의 입시문제도 구해서 다 풀었습니다.

(그걸 다 어디서 구했는지 기억이 안 남)

 

그리고 올림피아드 기출문제

 

물리 올림피아드

물리 올림피아드

www.aladin.co.kr

ㅎㅎ 솔직히 이건 그 시절에 무리였습니다. 

목표는 올림피아드 출전 자격 획득이었으나, 

혼자 독학으로 접근하기에는 일단 시간이 부족했고, 부족했고, 부족했습니다.

 

라떼 얘기라서 구라 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는데,

 하도 문제를 많이 풀어서 문제를 외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문제를 다 읽기도 전에 답을 말하는 정도였죠.

한놈만 잡고 패면 됩니다. 경험이 누적되면 바라보는 눈이 바뀝니다.

 

아~ 생각해 보니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었었네요.

 

 

3. 실험(지금도 실험 시험이 있나 모르겠네요)

교재 : 일반물리 실험 교재

 

이건 정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학교 단위에서 도와줘야 합니다.

(과학고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듯합니다)

개인이 어떤 실험환경을 조성하고 연습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니 불가능합니다.

저는 단 한 번의 실험도 해보지 못하고, 교재에 나오는 실험들만 머릿속으로 열나게 시뮬레이션하고 갔습니다.

(밑에 나오지만 실패의 원흉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공부하면 뭔가 달라지나?

네 달라집니다.

물리적인 상황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힘과 에너지가 치트키 작동한 것 마냥 그림처럼 보입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사고실험? 

대체 왜 그걸로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는데 물리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사고실험합니다.

단지 물리적인 상황에서 물리학자들이 그것에 대해 많이 훈련되어 있다는 사실만 다를뿐.

 

아무튼 문제풀이 능력 자체가 향상되었다기 보다는 상황파악이 빨라진다고 하는게 맞을겁니다

상황이 빨리 파악되니 변수와 구속조건들도 파악이 빨리되고, 자연스럽게 빠른 해결.

 

'경험치'를 설명하는 모든 말들이 그렇듯이, 아무리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놔도,

비슷한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절대 이해 못합니다.

그냥 그렇다는 사실로만 받아들일뿐.

 

Just Do It!

 


 

 

아래부터는 경시대회 경험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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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공부를 하고 나니 바로 결전의 날이 오더군요.

 

18세 청춘의 봄날

4월이었다





학교별 경시대회

교육청에서 문제를 각 학교에 배부하고, 자체적으로 시험을 치른 뒤 채점까지 마치고 점수만 교육청에 제출

 

과학고와 별개로 등수를 매기더군요. 

일반고에서는 2등 했습니다.

(1등은 친구였음, 불공정이 있었지만.....)

교육청에서는 점수 순서대로 커트. 

 

입상인원수 3~4배(?)의 인원으로  도경시대회 

거기서 금상까지 전국대회 출전(대상까지 5명인가? 6명인가?)

 

경기과학고에서 시험 봤습니다. 집도 수원이라 기냥 버스 타고 가서 시험 보고 왔었죠.

시험시간이 3시간 정도였는데. 이론 시험만 보고 실험 시험을 나중에 봤던 걸로 기억합니다.(가물가물)

ㅎㅎ 어렵죠.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어도 시험이란 게 어렵습니다.

미적분을 사용하는 문제가 나와서 어이없던 기억도 납니다.

 

왜 그런 애들 있죠? 시험 보고 나서 뭘 풀었네, 답이 뭐네, 맞췄네 틀렸네 하는 아해들. 

와 C 과학고 아그들이 화장실에서 그렇게 겁나 떠드는데 ㅠㅠ

가만히 들어보니 제가 푼 것과 맞는 게 없는 겁니다.

망~

 

 

인 줄 알았으나.

 

실험 시험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망했죠.

 

주둥이가 2mm ,  길이 10cm 정도의 유리로 된 병(?)의 비열을 구하는  실험이었습니다.

병은 2개를 줍니다. 사실 방법은 뻔해요.

관건은 병에 물을 넣는 것이었는데, 입구가 좁다 보니 물을 넣기가 어려웠습니다.

병을 가열했다가 식을 때 압력 변화를 이용해서 물을 빨아들이는 전략을 짰지만,

원래 그럴싸한 계획은 다들 있죠, 후드려 처맞기 전까진..

 

지나친 가열로 물에 닿자마자 유리병 폭발. 2개 모두.ㅠㅠ

지금 시키면 삶의 노하우를 동원해서 스무스하게 넣었을 텐데.

네, 그렇게 실격(?). 실험 방법이라도 그럴싸하게 적고 나왔어야 했는데,

당황해서 그마저도 못하고.....

 

 

결국 금상 못 받고 은상 받음요. 은상 중에서는 1등 함. (이론 시험 졸라 잘 본 듯)

그러나 금상 아니면 아무짝에 쓸모없음

실험만 좀 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까요?

 

은상 발표날에 물리선생님이 미안하다고 사과함. 잘할 줄 몰랐다고....

저는 뭐 금상 아니면 의미가 없어서,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았....

 

 

 

그렇게 저는 인생을 건 첫 도전에서 첫 실패를 맞았고, 그렇게 고3 여름방학을 시작했습니다.

늦었지만(또 늦음) 그때부터 수능공부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19세 청춘에게 펼쳐진 지옥문

7월 이었다

 


 

뭐 쓰고 나니 이게 노하우 공유인지, 경험담 썰 풀기 인지 헷갈리네요.

 

 

사실 이런 식의 공부법(귀납법)

즉 이해가 될 때까지 사례로 공부하는 방법.

제가 대학 때 이 방법은 공개했더니, 학문은 연역식으로 공부해야 제맛이라며 대차게 까였습니다.

뭐지? 자연과학 연구 방법은 귀납식 아니던가? 

체계가 갖춰졌다고 연역식으로 바꿔서 공부하는 게 맞나?

뭐 그렇게 살라고 내버려두긴 했습니다.

"반박 시 니 말이 옳습니다" 식으로....

(근데 학습은 귀납식, 생각은 연역식, 연구는 귀납식 아닌가요?)

 

 

 

 

공부 방법은 다양합니다. 개인의 능력차도 있지만 생각하는 방식도 많이 다릅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한놈만 꾸준히 패면 뭔가 건질 것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싱하형의 명언으로 글을 마칩니다.

 

 

나는 만 가지의 발차기를 찰 수 있는 사람은 두렵지 않다. 
다만, 한 발차기를 만 번 연습한 사람이라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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